한 권의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안녕하세요, 페스트북 에디터 이은주입니다. 오늘은 독자가 아닌 에디터로서 책을 마주하며 느낀 깨달음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매일 ‘책을 만든다’는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각기 다른 색의 배움을 얻습니다. 그중 제 일상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교훈은 한 권의 책에는 모두 고유한 여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한 작가님의 출판을 함께하며 그 생각을 다시금 굳히게 되었습니다. 제게 따뜻한 교훈을 주신 주인공은 바로 ‘푸른 바다에서 건져 올린 통영의 맛’을 출판하신 김장주 작가님입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김장주 작가님은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2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쏟으셨습니다. 통영시청 홈페이지가 생기기 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통영의 모든 것을 공유해 온 작가님에게 이번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 통영에 대한 애정의 집약체였습니다. 원고를 재차 검토하면서 한 줄 한 줄에서 작가님께서 글을 쓰시는 동안 느끼셨을 기쁨과 고민,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 소중한 작업의 마지막 단계를 함께하며 작품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한 개인이 걸어온 여정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세상에 선보여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특히 작가님의 책은 통영의 특색과 매력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대화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표지 디자인부터 글꼴, 문단 배열까지, 사소해 보이지만 책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들 하나하나를 내부적으로, 그리고 작가님과 함께 끊임없이 논의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참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의 고민과 열정은 물론이고 디자이너와 에디터, 심지어 인쇄소까지도 이 여정에 함께합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마음을 모아야만 비로소 책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책이 인쇄소에서 나오던 날, 상자를 열고 첫 번째 완성본을 꺼냈을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작가님의 손끝에서 시작된 단어들이 세상에 나와 제 손에 묵직하게 쥐어졌을 때 저는 하나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습니다. 책을 매개로 개인과 개인을, 개인과 세상을, 나아가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누군가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추억과 꿈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권의 책에 담긴 한 편의 여정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저까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이야기들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뵌 날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보여주신 따뜻한 인품과 깊은 통찰은 제게도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작가님과의 대화는 그저 책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야말로 이 일을 하며 느끼는 가장 큰 배움이자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저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책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여정을 지닌다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의 가치를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출판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 말입니다. 작가님과의 소통은 단순히 책을 출판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배우고 성장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앞으로 만날 또 다른 여정을 기대하며
저는 앞으로도 이 다리 위에서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연결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님의 마음속에 자리한 순수한 이야기들이 왜곡되지 않고 독자들에게 진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묵묵히 고민하고 연구할 것입니다. 각기 다른 색감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다양한 여정을 통해 에디터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새로운 작가님들과의 설레는 여정과 더욱 성장할 저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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