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에디터의 삶

인사

안녕하세요. 페스트북 에디터 김예은입니다. 처음 인사드리네요.
저는 9월 말에 입사해 이제 막 두 달 차가 된 초보 에디터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사이 페스트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저를 포함한 세 명의 구성원이 늘었고, 11월 도입부에는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했어요. 이사 3주 차가 된 지금. 사무실은 에디터님들의 손길을 거쳐 점점 더 아늑하고 따스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볕이 정말 잘 드는 공간이에요. 우리 손으로 직접 분갈이한 사무실 곳곳에 비치된 식물들은 오후에 가득 차는 햇볕을 기쁘게 맞고 있어요. 아마 한겨울에도 무럭무럭 자랄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새로운 사무실의 모습입니다. 해가 잘 드는 오후에는 사무실 안쪽까지 깊숙이 따뜻해져요. 한겨울에도 따스할 사무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에디터의 일

에디터로서 근무를 한 지 두 달이 된 지금. 출판계의 일원(?)이 된 것만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에디터의 업무를 차근차근 배우고 있어요. 입사 초반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고, 빠르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지금의 마음은 그것과는 조금 달라졌어요. 실수는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대신 그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요. 한 번에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것도 좋지만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결과물을 내는 게 더 중요한 거라고요.

편집 일을 하다 보면 저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곤 합니다. 모른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것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자주 놀라게 되어요. 그래도 그 순간들이 즐겁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책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항상 마음이 먼저 앞서요.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는 많은 걸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요. 그래도 아직은 다른 에디터님들이 ‘일은 좀 어때요?’라고 물어오실 때 저는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출근이 싫지 않고요!’.

편집 일을 하면서 여러 작가님의 글을 만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꼼꼼히 살피고, 어떻게 하면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그렇게 작업한 책에는 큰 애착이 생깁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 사람을 깊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요.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을수록 세상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껴요. 또, 저는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고요. 저는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타인의 세계를 탐험하고 나면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만나게 될 작가님의 글과 세계를 기다리고 있어요.

책이라는 일

저에게 책은 일이자 취미입니다. 제 삶의 80퍼센트 이상이 책에 관한 것이란 게 가끔은 너무 과한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즐겁습니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나름의 노력 : 실수하더라도 크게 낙담하지 않기, 좋아하는 작가님의 북토크 가기, 배우려는 자세 유지하기 등)

ㅡ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소개해요.

“책 속에는 진실, 용기, 온갖 종류의 열정이 들어 있었다. 내 개인적 세계의 잔물결 이는 개울에서는 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감정이 흐르지 않았다—정말이지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와 시에서 속박되지 않는 건강한 열정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들이 내가 읽은 모든 책의 가장 명료하고 맛깔나는 서술에서 항상 발견되었던 건 아니고, 심지어 흔히 발견되지도 않았다. 전혀! 나는 거기에 어떤 기술이, 그리고 끈기가 요구되는지 보았다. 척추를 굴렁쇠처럼 구부리고 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긴 노동이다.” (p. 49) <긴 호흡> 메리 올리버, 마음산책 중에서

 

겨울이 시작되고 있어요. 따수운 사무실과 다정한 에디터님들 사이에서 이번 겨울에는 또 어떤 재미난 일이 생길지 기대합니다. 또 만나요.

페스트북의 가을 일상

이사 전에는 새로운 사무실의 가구를 조립했습니다. 못질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기분이었어요.

이삿날에는 식물들 분갈이를 해주었습니다. 새로운 흙을 채우고, 물을 듬뿍 주는 과정이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것만 같았답니다.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찍어주셨습니다. 가렸는데도 뻘쭘한 표정이 뚫고 나오는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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