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을 함께한 반려견 단비를 떠나보낸 뒤 쓰인 애도의 기록,
그리고 삶의 질서로 편입되는 슬픔에 대하여.
2026.10 · 페스트북 설인 · 현우 에디터
안녕하세요, 페스트북 설인, 현우 에디터입니다. 긴 추석 연휴가 지나고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습니다. 모두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각각 ‘본제작(교정 및 조판) 및 마케팅’과 ‘출판 기획’이라는 다른 파트를 각각 맡고 있습니다. 백인자 작가님과는 두 권에 걸쳐 책의 내실을 다지고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함께 작업해 왔습니다.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동안 저희는 작가님과 작가님의 이야기에 대한 애틋한 감정들이 수없이 쌓입니다. 그 마음을 참 많이 받아왔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한 작가님께서 예고 없이 마음을 전해 주셨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설인 에디터: 추석 연휴를 앞둔 어느 오후, 편집부는 유독 바빴습니다. 교정과 조판 마감이 겹쳐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던 중, 우편함에 봉투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받는 사람 칸에는 저와 현우 에디터, 두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었죠. 열어 보니 카페 기프트 카드가 들어 있었고, 보낸 분은 백인자 작가님이었습니다.
미리 언질을 주신 것도 없이 불쑥 도착한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물을 저희 둘만 쓸 수는 없었습니다. 페스트북에서는 담당 에디터가 따로 있어도, 한 작가님의 책을 편집부와 디자인팀 모두가 함께 다듬고 물성을 빚어내기 때문입니다.
현우 에디터: 마침 저는 편집부에서 출간 기획 및 마케팅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기프트 카드로 편집부 전체가 달콤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기획 회의 분위기도 한결 따뜻해졌죠. 연휴 전 몰린 마감에 지쳐 있던 에디터들이 오랜만에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추석이라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이 기분 좋은 충전의 시간을 가지셨다니 저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 백인자 작가님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설인 에디터: 책의 실제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다 보면, 완성된 결과물이 서점 매대에 깔리고 독자를 만나는 순간에 작가님들과 가장 벅찬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병숙 작가님은 책 출간을 기념하며 회식비를 보내 주셨고, 편집부는 실제로 그날 저녁 삼겹살집에 모였습니다. 강병선 작가님도 추석을 앞두고 직접 운영하시는 제빵소덤에서 쿠키 세트를 보내 주셨죠. 최근에는 엄청나게 큰 택배 상자를 한번 더 보내주셨는데 열자마자 고소한 향이 퍼져 2층에 있던 에디터들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현우 에디터: 삼겹살이거나, 쿠키이거나, 커피이거나.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마음은 같습니다. 원고를 만지고 책이라는 물성을 빚어내는 지난한 제작 과정부터 독자에게 닿는 그 순간까지, 저희가 쏟은 정성을 작가님들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벅찹니다. 저희는 그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두려 합니다.
그리고 백인자 작가님의 다정함 뒤에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설인 에디터: 제가 처음 백인자 작가님의 원고를 마주하고 제작을 했던 첫 번째 시집 『5,765일』입니다. 16년을 함께한 반려견 단비를 떠나보낸 뒤, 그 상실을 견디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었죠. 단비와 함께한 날을 하루하루 세어 나온 숫자입니다. 뭉툭한 ‘16년’이 아니라, 낱낱이 헤아린 하루하루였습니다.
“덜 아프다고 해서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사랑이 통증의 형태를 벗어나, 더 깊고 고요한 삶의 일부로 그 모습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백인자 작가
작가님이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슬픔이 글의 소재로 변질되지 않도록 매 순간 자신을 경계하며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저는 이 원고를 교정하며,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통증이 책이라는 물리적 그릇에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매 순간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현우 에디터: 작가님은 1권을 마감한 뒤에도 단비에게 건네는 말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쌓인 단상들이 모인 후속작 『그 후』는 지금 제가 기획과 마케팅을 맡아 세상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오류가 아니라, 삶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상수’입니다.”— 백인자 작가
1권이 상실 직후의 타오르는 통증이었다면, 2권은 그 슬픔이 삶의 질서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입니다. 이 잔잔하고 단단한 위로를 어떻게 독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설인 에디터: 저 역시 1권에 이어 이번 『그 후』의 본제작을 맡아 조심스럽게 원고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묵직한 마음이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잘 엮여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조만간 『그 후』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설인 · 현우 에디터 드림
16년간 가족이었던 반려견 단비와의 이별 후, 매일 밤 슬픔을 견디며 써 내려간 시와 단상들. 깊은 상실을 겪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단단한 위로의 문장들.
서랍 속에, 오래된 메모장에 잠들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어떤 단계에 계신지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편집부에서 가장 적합한 방향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