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시집내고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르다” – 박병호 시인 인터뷰

시인
박병호

4월의 어느 봄날, 박병호 시인을 비대면으로 만났다.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시를 올려온 그는 어느덧 2천 명이 넘는 팔로워와 함께 활동
하고 있으며 최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시집을 발간하
였다. 시집을 낸 이후 주변으로부터 “병호가 병호했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에게 물었다. 시를 쓰면 어떤 점
이 좋은 지. 시집을 내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박병호입니다. 직업은 간호사이며 꾸준히 시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시집을 냈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린 시를 엮어서 책을 내셨습니다. 작가가 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주변에서 “병호가 병호했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웃음) 그리고 제 스스로 행동에 조심하게 되더군요. 시에서 늘 바람직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실제 행동도 그렇게 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나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Q. 그렇군요. 작가님은 왜 시를 쓰시나요? 시를 쓰는 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시를 쓰면 내 감정 상태를 돌아볼 수 있어요. ‘아, 내가 그때 이런 감정이었구나.’ 깨닫게 되더라구요. 예를 들어 저도 간호사로 일을 하다보면 가끔씩 화가 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상황이 안 풀려서 그러는 건지,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는 건지 헷갈리거든요. 문제가 상황 때문이면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고, 감정이 문제면 내 감정을 해결해야겠지요. 시 쓰는 습관을 들이니 판단을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화’라는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게 되구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면 분노가 줄어들어요.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도 시에서 욕을 쓸 수는 없잖아요? (웃음) 때문에 단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말이 정제될 수 밖에 없어요. 언어를 정제해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거지요.

Q. 회사에서 화가 날 일이 많은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습관이네요. 인스타북을 출간하신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가까운 사람들이 제 시집을 사서 주변에 선물을 하고 그러더라구요. 어찌나 감동이었는지. 한 분은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안 그래도 요즘 힘들었는데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내 감정을 구체적으로 깨달았다.’ 제 시로 누군가가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Q. 작가님은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주변에서도 이런 질문을 참 많이 하는데요. 감정적으로 예민해질 때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듣거나, 소설이나 시집을 읽을 때요. 그리고 또 사연이 있을 때 영감을 얻어요. 예를 들어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사건을 겪으면 ‘아, 시로 옮겨야지!’ 하는 거지요.

Q. 작가님의 책이 독자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상처를 치유한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 기분이 어떠신가요?

뿌듯함과 부담감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제 시로서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 있어 기쁘지만, 일상생활에서 의무감도 생겨요. ‘내 시가 아름다운 것처럼,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이지요.

Q. 어떤 분들이 시를 쓰면 좋을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시를 쓰면서 감정을 잘 관리하거든요. 예전에 내시경실에서 근무할 때 눈앞에서 환자가 죽는 상황을 맞닦뜨렸는데 감정적으로 참 힘들었어요. 나중에 다이어리를 쓰면서 마음을 많이 추스렸죠. 이처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을 가진 분이라면 시를 쓰면서 부정적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병호 작가의 시집 표지
수록 시

Q. 그렇군요. 페스트북과 처음으로 시집을 내셨어요. 협업 과정에서 어떤 점이 독특하다고 느끼셨나요?

페스트북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작가중심주의”잖아요. 맨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고 추상적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러 번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아 이 곳은 상업물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구나.’ 작가에게 여러 번 의견을 묻고, 컨펌 요청을 하면서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니까요.

페스트북과 여러 번 소통하며 깨달았어요.
“아, 이 곳은 상업물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구나.”

— 박병호

Q. 페스트북과 함께 하기 전, 다른 출판사와 비교를 혹시 해보셨나요. 어떤 점이 가장 끌리셨나요?

제가 처음 이용한 플랫폼에서는 디자인 외주를 맡겼어요. 그래서 품질에 한계가 있었죠. 그런데 페스트북에서 만든 작업물을 보고 ‘아, 여기는 정말 정성껏 한땀한땀 만드는 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가 직접 신경써서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나를 알려야 하는 시대 입니다. 작가님도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계신데요. 출간 후 홍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꾸준함’이 답인 것 같아요. 마케팅을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16년도부터 꾸준하게 컨텐츠를 만들었죠.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삶에서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드러내는 행위인 것 같아요.

브랜딩은, 삶에서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드러내는 행위인 것 같아요.”

— 박병호

Q.  앞으로 시인으로서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에세이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에서 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려고 해요. 중편 에세이도 낼 계획이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실까요?

네, 여러분의 감정이 더 감정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검열하지 말고, 감정을 풀어놓으세요.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세요. 그러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는 감정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아끼는 시 하나만 읊어주세요! 시를 들으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새벽부터 마주한
이슬 한 방울

내 시선에 온기를 더해 주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내 기분을 따스하게 적셨다

내 발걸음 닿는 모든 곳  
한 번에 담아내는 하나의 눈망울 

내 영혼이 그대 마음에 젖어들기에…

오늘 참 포근했어요, 박병호

박병호 작가와의 따뜻한 인터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의 깊은 감성이 더 궁금하다면, 교보문고 등 온라인 서점에서 시집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를 구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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