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즈베키스탄에 빠지다’는 우즈베키스탄의 자연환경과 풍습,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상진 작가 특유의 내공과 애정어린 시선이 유난히 돋보인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은 잃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우즈베키스탄에 빠지다’는 페스트북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편집한 책이라 유난히 기억에 더 남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이상진 작가의 애정과 특유의 내공이 묻어나 즐겁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코이카(KOICA) 단원으로 파견된 저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우즈베키스탄의 풍습, 자연환경, 사람, 문화 등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이방인, 그것도 한 공동체에 깊이 침잠한 이방인의 시선은 항상 신선함을 준다. 그래서 유독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이미지’를 그토록 신경쓰는게 아닐까싶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실은 한 나라에 대한 정확한 시선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과 잠깐 들렸다 떠나는 뜨내기 여행자가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는 외부에서 들어와 내부에서 사방을 바라본다. 이상진 작가가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주민이나 배낭여행객이 가질 수 없는 그 깊고 애정어린 눈길로 우즈베키스탄을 훑는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특히 사람에 대한 사랑이 눈에 띈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버틴다고 했던가.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삶은 분명 녹록치 않았지만 저자가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던 건, 단원으로서의 책임감과 더불어 그곳에서 만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덕분이리라.
한편으로는 ‘사람은 왜 살던 곳을 떠나는걸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타지에서의 삶은 분명 쉽지 않다. 짧게 다녀오는 국내여행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낯선 길, 낯선 사람, 낯선 시공간에서 낯선 경험을 한다. 외국에 나가면 이런 경향성은 더 심해진다.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완전히 달라진다. 여행길에서 나라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여권 한 장과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신용카드 뿐이다. 더군다나 일정기간 머무르기 위해 떠나는 길은 오죽할까. 여행지에서 생활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인도나 독일 등지에서 얼마간 살아본 적이 있다. 여행지로서 만날 때와는 또다른 감각이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냉장고도 채워 넣어야 하고, 각종 비용도 납부해야 하고, 비자도 따로 받아야 한다. 번거롭기 짝이 없다. 머물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참이나 자리하고 있다. 여행자처럼 짧게 머물다 훌쩍 떠나버리기에는 애매하게 긴 시간도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그곳에서의 생활이 아직까지도 좋든 나쁘든 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머물러야만 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지 이제 만 2년이 넘었다. 하늘길도 슬슬 열리고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했던 여행이라는 녀석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책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본다. ‘우즈베키스탄에 빠지다’는 깔끔하고, 흥미롭고, 따뜻한 책이다. 낯선 땅에서 살아갔던 한 내공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나 또한 이 책에 빠져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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